전북교총 공지사항

[전북교총 오준영 회장 기고] AI 시대에도 무너뜨릴 수 없는 한 가지, 교사의 역할(전북중앙 202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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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북교총 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25-11-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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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 홍보가 교권을 짓밟을 수는 없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공개한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 홍보영상이 큰 논란을 불러왔다. 영상 속 교사는 학생의 질문에 답하지 못해 멈칫하고, 이어 등장한 AI 보조교사가 더 권위 있는 존재처럼 설명을 이어간다. 심지어 AI가 교사의 격려를 “빈말”이라고 평가하는 연출까지 있었다. 교실에서 매일 아이들의 질문과 감정을 마주하는 교사들에게 이는 연출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 오히려 전문성을 조롱하는 상처로 다가온다. 교육이 신뢰를 기반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홍보 방식이다. 교육현장에서 교사는 하루도 쉬지 않고 학생의 질문 앞에 서 있다.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지 지식 전달이 아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성장의 길을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다. 그런데 영상 속 교사는 능력 없고 학생 앞에서 무능력하게 굴며, AI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존재로 희화화되었다.
 

▲ 기술은 교사의 보조일 수 있어도 대체가 되어선 안 된다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교육테크놀로지는 분명 미래교육의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기술은 교사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사가 가진 전문성과 인격적 신뢰 위에 보조도구로 서야 한다. 이번 논란 영상은 그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이 번 논란이 더 크게 번진 건, 영상이 기술 중심 홍보에 치우쳐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희화화했기 때문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AI 플랫폼 도입 과정에서 강제 가입, 시스템 오류, 과도한 입력 업무 등 부담이 컸는데, 이번 홍보는 AI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어놓았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교육의 중심은 항상 사람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다시 확인된다. 교사 사회는 “이번 영상은 교권을 폄훼하고, 교육활동을 조롱했다”는 강한 반응을 내놨다. 한편 교육정책 담당자는 “AI로 업무 경감을 하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지만, 실제 현장엔 시스템 입력·AI 피드백 검토 등 새로운 부담이 더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을 앞세우는 홍보가 현장의 신뢰를 꺾는 위험을 갖는 이유다.
 

▲ 홍보도 절차도 현장 중심이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영상이 제작·게시된 절차적 흐름이다. 현장의 반응이나 교사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홍보 영상이 공개되었고, 논란이 커지자 비공개 처리됐다. 정책 홍보는 현장과의 신뢰를 전제로 한다. 특히 공교육 영역에서 교사·학생·학부모의 관계와 교권·학습권의 균형이 깨지면, 그 엄격함은 가시적이지 않더라도 교육 공동체 전체에 깊은 균열을 낸다. 교육청은 영상 제작을 중단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제작과 승인 단계부터 현장 자문단 참여, 교사 인식·피해 여부 조사, 제작 책임자 문책 및 정책 방향 재검토 등의 절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
 

▲ 교사의 존엄이 곧 학습권 회복의 출발이다

교사가 상처받는 순간, 그 교실은 흔들리고 아이들의 학습권도 위태로워진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홍보 실수나 표현 과잉이 아니다. 교육의 가치, 교사의 존엄, 그리고 기술과 사람 사이에 세워야 할 최소한의 경계가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아이의 눈빛을 읽고, 흔들리는 마음을 붙들어주는 일은 교사의 몫이다. 교육청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은 단 하나다. 교사의 전문성과 존엄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어떤 정책보다 교육을 바로 세우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

/전북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오준영

출처 : 전북중앙(http://www.j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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